별별여행 > 동구릉

동구릉은 조선왕조의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의 북동쪽 구리시 인창동에 위치한 동구릉은 1408년 태조의 건원릉을 시작으로 가장 늦게 조성된 수릉까지 아홉 개의 왕릉이 모여 있는 최대 규모의 조선시대 왕릉군이다. 

조선의 국왕과 왕비 등 왕실의 무덤은 ‘궁궐에서 백 리를 넘어서지 않게 한다’는 왕실의 규범집 《국조오례의》의 규정에 따라 모두 현재의 서울 외곽지역과 경기도 일대에 자리하고 있는데, 

동구릉은 건원릉이 조성된 뒤 능이 하나씩 늘어나면서 동오릉, 동칠릉으로 불리다가 1855년 수릉을 조성하면서 동구릉이 되었다.

동구릉은 59만 평을 헤아리는 광대한 숲에 조성되어 있다. 

동구릉에 있는 숭릉 연지는 1674년 왕과 왕후의 능을 만들 때의 담당 기관인 ‘산릉도감’에서 조성한 연못이다. 

네모난 형태에 가운데 둥근 섬이 있는 방지원도형으로 네모는 땅을, 둥근 섬은 하늘을 상징하는 우주관과 자연관이 담겨 있다. 

동구릉 내 9기의 왕릉 가운데 숭릉에만 연지를 둔 이유는 동구릉 내에 형성된 3개의 물길 즉, 건원릉과 휘릉 사이, 원릉과 경릉 사이, 숭릉과 혜릉 사이를 관리하기 위해서였다.

동구릉 역사문화관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 왕릉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역사문화관을 건립해 놓은 것이다. 

동구릉에 관한 역사와 조성 방법, 전통 제례에 대한 상세한 정보가 전시되어 있고, 조선 왕릉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영상으로 볼 수 있다. 

동구릉에 도착해 동구릉역사문화관을 먼저 살펴보면 왕릉과 조선의 역사에 대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신성한 왕릉의 공간과 속세 공간을 구별하는 물길인 금천이 흐르고 있고, 물길이 흘러드는 연지에 두 영역을 이어주는 돌다리인 금천교가 홍예 모양으로 복원되어 전시하고 있다.

 한쪽에 석물이 전시되어 있는데 이것은 1970년대 해체된 외금천교 부재와 동구릉 내에 왕릉을 보수하고 옮기게 된 석물들이다.

재실은 평상 시 영 또는 참봉 등이 능역의 관리를 위해 근무하는 곳이다. 

제례 시에는 제관들이 머무르면서 제례를 준비하는 공간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주요 시설은 집무실인 재실 외에 향을 보관하는 안향청, 제기를 보관하는 제기고와 행랑채 등이다.

조선 5대 문종과 현덕왕후 권씨의 능인 현릉은 정자각 쪽에서 능을 바라보았을 때, 왼쪽 언덕에 있는 것이 문종의 능이고 오른쪽 언덕에 있는 것이 현덕왕후의 능이다. 

현릉은 병풍석의 방울과 방패무늬가 사라지고 고석이 네 개로 줄어들었다. 

망료위 대신 제향 후에 축문 등을 태우는 ‘예감’을 마련한 최초의 능이라고 하며 능제의 검소함을 주창한 《국조오례의》의 양식을 적용하였다. 

건원릉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의 능이다. 독특하게 억새로 덮여져 있는데 이는 태조가 자신의 고향인 함흥의 억새를 심어 달라는 유언에 따른 것이라고 전해진다. 

목릉은 조선 14대 선조와 첫 번째 왕비 의인왕후, 두 번째 왕비 인목왕후 김씨의 능이다. 

목릉의 정자각은 조선왕릉 중 유일하게 다포형식의 건물로 보물 제1743호로 지정되어 있다.

경릉 아래쪽에 조선 20대 정종의 첫 번째 왕비 단의왕후의 능인 혜릉이 있다. 

단의왕후는 11세에세자빈에 책봉되어 33세의 나이로 창덕궁 장춘원에서 세상을 떠나 이곳에 홀로 묻혔다. 

석물은 명릉의 제도에 따라 사실적으로 만들어져 문석인과 무석인이 사람의 크기와 같은 것이 특징이다. 

병풍 역할을 하는 주산을 뒤로하고 좌우로 청룡과 백호의 능선을 두며 앞으로는 완만하게 흐르는 물을 두는 동구릉은 

519년 동안 지속된 조선 왕실의 권위를 드러내면서 자연조화적 조영술을 보여준다. 

유교와 풍수 등 한국인의 세계관이 압축되어 있고, 왕실의 장례 및 제례 등을 볼 수 있어 문화재로서 가치가 매우 높은 곳으로, 

호젓하게 산책을 즐기며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아주 좋다.